Home > 미디어극장 아이공_프로그램

미디어극장 아이공_프로그램

2018 아이공 작가지원전 : 김현주 <애도哀悼연습>

  • 유형 작가지원전
  • 기간 2018-12-28~2019-01-17
  • 장소 미디어극장 아이공
  • 작가 김현주 Hyungjoo Kim
  • 매칭 김현주X이선영(미술평론가) / 2019/01/17 (목) 늦은 5시
  • 관람 화-일 12PM – 6PM / 월요일 휴관
  • 주최/후원 (사)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 미디어극장 아이공
  • 관람료 무료

내용

대안영상 작품목록

  • 작가노트

    애도를 의미하는 'mourning'의 어원이 된 고대 독일어 ‘murnan’은 ‘슬프게 기억하다’라는 뜻이며, 다시 이 ‘murnan’의 뿌리가 되는 ‘mer-‘는 ‘기억하다’라는 의미를 가짐으로써 ‘memory’의 어원이 되기도 한다. (‘애도의 차원들’_문강형준) 또 깊은 잠에서 아침에 일어난 상태를 나타내는 Good Morning에서 Morn-과 죽음에 대한 애도를 나타내는 Mourn-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어원에서 비롯되었다.

    ‘애도哀悼’는 상실과 부재에 대한 아픔, 슬픔을 뛰어넘어 타자를 기억하는 구체적 행동이자 몸짓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타자들을 산자의 몸 안으로 불러들여 내면화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또한 산 자의 기억으로부터 죽음을 추방함으로써 슬픔을 극복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죽음과 공생하며 기억하기 위해 애쓰는 끈질긴 여정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나의 작업적 애도는 온전한 애도가 아니며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애도哀悼연습’임에 틀림없다.

    나는 근간 한국근현대사에서 소외되고 사라진 보통의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주목하며 그것과 관계한 장소들을 거닐었다. 논밭, 숲, 바다, 계곡에 여전히 방치된 죽음들, 폐허가 되거나 아스팔트로 뒤덮여진 변모한 땅의 모습은 권력으로부터 방치되고 밀려나 죽음마저도 소외돼버린 죽은 이들의 또 다른 몸이라 여겨졌다.

    그들은 죽음으로써 사라진 것이 아닌 다른 모습의 ‘생존’으로 우리의 몸, 무의식 안에 남아 존재하는 건 아닐까? 산자는 흙과 물, 자연, 대기로 떠도는 그들의 죽음을 호흡하고 죽은 자는 산 자의 몸 안과 밖, 주변을 부유하며 떠돎의 상태로 생존하는 난민과도 같다.

    억울하게 비명한 죽음들을 몸 안에 끌어들이는 동안 작업은 삶과 죽음, 현재와 과거, 의식과 무의식 등 대립된 것들을 연결하고 순환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자 했으며 일종의 영상굿을 통해 관객은 실체가 없는 빛으로 소환된 죽은 이들의 모습을 마주하여 애도에 동참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을 만들고자 했다.

     

     

     

    작품소개

     

    작품1

    몸부름말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_15min_dimension variable_HD_color_sound_2018

     

    사람들은 기지촌 여성들을 양갈보, 매춘부, 창녀라고 불렀다. 국가는 그녀들을 위안부, 애국자라고 불렀으며 미군은 Little Brown Fucking Machine, Yellow Stool이라고 말했다. 지워진 여성들의 몸과 이름, 그녀들은 어디에 있을까?

    <몸부름말>은 동두천에 위치한 일명 ‘언덕 위의 하얀 집’, ‘몽키 하우스’로 기억되는 낙검자 수용소와 기지촌에서 사라지고 외면당한 죽음들, 소외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보이스 퍼포머와 안무가의 몸을 통해 소환한다. 가족, 이웃, 국가로부터 외면당했던 기지촌 여성들의 삶과 죽음의 소리들을 산자의 몸으로 붙잡아 둘 수는 없을까? 떠돎의 소리를 붙잡아 현재와 연대하고 여전히 난무하는 폭력으로부터 대항할 수는 없을까?

    <몸부름말>은 고통 속에 세월을 잃어버린 이들의 몸을 지금, 여기에 불러 세움으로써 왜곡되고 묵인되었던 여성들의 삶과 은폐된 채 사라지고 있는 여성들의 삶을 다시 마주하고자 한다.

     

    작품 배경

    <몸부름말>은 동두천 보산동에 위치한 일명 ‘언덕위의 하얀 집’, ‘몽키 하우스’로 기억되는 낙검자 수용소와 기지촌에서 사라진 외면당한 죽음들, 소외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두 명의 안무가의 몸을 통해 소환하는 영상설치작업이다.

    군정으로 시작된 미군의 주둔으로 1945년 이후 전국 곳곳에 미군기지와 함께 형성된 기지촌은 박정희 군사정권 당시 한미 양국의 군사적 동맹이자 외화벌이의 일환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기지촌을 거쳐 간 여성의 수는 무려 적게는 20만 명, 많게는 30만 명으로 추산된다. 1960년대 초 설립되어 2000년이 돼서야 폐쇄된 낙검자 수용소는 주한미군을 상대하던 기지촌 여성들을 성병검진 후 감염자로 판명될 경우 ‘치료’를 목적으로 격리 수용한 성병 관리소였으며 이곳에서 다수의 여성들이 페니실린 과다투여에 인한 쇼크사와 부작용으로 고통 받았다. 이에 기지촌 여성들은 낙검자 수용소로 가는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기도 했으며 수용소 옥상에서 뛰어내리거나 옷으로 밧줄을 만들어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추락사하기도 했다. 또한 주한미군에 의해 윤금이 씨를 비롯하여 수많은 기지촌 여성들이 무참히 살해되었음에도 그들의 억울한 고통과 죽음은 여전히 묵인된 채 가해자들의 범죄는 점점 더 역사 속에서 망각되어가고 있다.

    낙검자 수용소가 위치한 바로 근처에서 오랜 시간 장사를 해왔음에도 건물에 대해 알고 있는 주민들이 드물었을 만큼 건물은 아무렇지 않게 여가를 누리는 현재의 풍경 뒤에 은폐되어 있었다. 오랜 세월 방치된 채 폐허가 된 건물은 과거 망각의 역사 속으로 떠밀려진 기지촌 여성들의 ‘몸’으로 느껴졌다. 평화로운 여름 햇살에도 건물 곳곳에 서려있는 소외된 비명들, 부숴지고 바랜 벽, 흐트러진 땅 아래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소리는 여전히 살아있는 여성들의 ‘몸’ 그 자체였다.

    가족, 이웃, 국가로부터 외면당했던 기지촌 여성들의 삶과 죽음의 소리들을 산자의 몸으로 붙잡아 둘 수는 없을까? 떠돎의 소리를 붙잡아 현재와 연대하고 여전히 난무하는 폭력으로부터 대항할 수는 없을까? <몸부름말>은 고통 속에 세월을 잃어버린 이들의 몸을 지금, 여기에 불러 세움으로써 왜곡되고 묵인되었던 여성들의 삶과 은폐된 채 사라지고 있는 여성들의 삶을 다시 마주하고자 한다.

     

     

    작품2

      

    내 귓속에 묻힌 묘지들

    3-ch Videoinstallation_dimension variable, HD, color, sound, 2016-2018

     

    ‘내 귓속에 묻힌 묘지들’은 한국전쟁 전후로 일어난 민간인학살과 학살이 자행된 지역을 답사하여 관련 유족을 만나 인터뷰하는 작업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장소를 가득 메우고 있는 흙과 물. 눈 앞의 풍경-장면들이 내고 있는 이명들은 무엇인가? 한국전쟁 당시 강제된 삶과 폭력 끝에 죽음을 맞이한 그들의 영혼들은 일종의 존재론적 난민이 되어 장소 없는 존재 즉, 집으로부터 추방된 존재로 여전히 우리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숲은 시간의 경계가 모호한 ‘시간 너머의 초월적 장소’이자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심연의 장소이다. ‘나’는 숲에서 자기 심연의 존재 ‘나’를 만나게 되고 숲의 땅과 대기에서 약 70년 전쟁으로 죽은 일대 가족을 만나 동행한다.

    3채널로 구성된 각각의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현재, 과거, 심연의 시간이 뒤섞이고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억압된 존재들이 스크린 - 빛을 통해 우리가 지금 존재한다고 믿고 있는 현재의 시간에 하나의 실체로 소환된다.

     

     

    작품3

    유곡리楡谷里 여름

    Single channel Videoinstallation_25min 38sec_ dimension variable_2015

     

     

    1950년 과거 전장의 시간. 전쟁으로 타버린 땅 위에 질퍽하게 쌓여 있던 정체 모를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보이지 않는 땅 DMZ와 푸른색을 찾아 볼 수 없던 백마고지를 비롯한 철원 지역의 논과 밭을 반관反觀 하여 눈으로 보이는 것 너머에 땅이 품고 있는 것들을 만나고자 시방 十方 의 시 공간에 몸을 열어 놓는다. 지뢰밭이었던 땅을 죽기 살기로 개간하여 농사를 지어야만 했던 생명의 땅, 뜻 없이 무명시가 된 군인들의 살과 피로 가득했던 죽음의 땅이기도 했던 철원에서 하얀 쌀을 통해 과거 죽은 사령을 몸으로 수신한다.

    민통선 마을 유곡리의 폐교에서 오래된 군인이 나타나고 현재도 과거도 아닌 한 세계 안에서 관객은 오래된 군인과 철원의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전쟁 이후 부단히 살아 내기 위해 목숨 걸고 지뢰밭을 개간해야 했던 땅과 인간의 삶의 역사 속에서 쌀은 과거의 생명을 부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일종의 주술적 매개체라 할 수 있다.

    쌀, 철원의 군조인 학, 불, 경기잡가인 ‘유산가’를 매개로 펼쳐지는 일종의 주술적 행위와 장면들은 관객을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순환적 시공으로의 여행을 동행하게 함으로써 억울하게 죽은 생명들을 위로하고 또한 정치적 클리셰와 과거 역사로 묵인되어 볼 수 없는 것들과 우리가 숙고해야 할 생명의 존엄에 대한 여운을 부른다. 분절된 과거의 상흔과 존재들을 현재적 존재인 ‘나’와 연결함으로써 과거 현재 미래의 관계와 모든 만물의 순환적 의미를 통해 현재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존재를 다시 새롭게 바라보고자 한다.

     

     

    작품4

    농무濃霧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_40min_dimension variable_2018

     

    농무濃霧는 얼마 전 88세 연세로 고인이 된 안성원(가명)할아버지와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만든 영상작업이다. 2015년 <내 귓속에 묻힌 묘지들> 작업을 진행하면서 북한군, 남한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하셨던 어르신들을 인터뷰하면서 알게 된 안성원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북한군으로 강제동원 되었다가 나중엔 남한군으로 다시 전쟁에 참전하셨다. 평생 평범하게 보통사람으로 살고 싶으셨던 할아버지는 자신의 본래 정체성과 상관없이 전쟁으로 인해 고향과 가족을 잃었고 생과 사를 오가며 참혹한 전쟁을 겪으셔야만 했다.

    ‘내가 살던 고향에는 사과나무가 참 많았거든. 사과가 달고 참 맛있었어.’

    할아버지의 기억 속에 있는 70년 전 달고 새콤한 사과를 다시 드실 수 있길, 고향 땅을 다시 밟으며 억눌린 그리움과 한을 풀어내실 수 있길 기원했는데 노인은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제대로 만들고 싶어 미루어 놓았던 3년 전 할아버지의 인터뷰를 뒤늦게 꺼내어 할아버지의 삶, 기억을 다시 동행해보려 한다.

     

     

     

    김현주 Hyunjoo Kim

    김현주는 독일 카셀국립대학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하였고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사회론적 질문과 함께 낙후되거나 재개발을 앞둔 장소, 혹은 사회적으로 은폐된 장소를 대면해 왔다. 지역의 역사와 현재의 삶을 관측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작가의 작업은 자신의 몸을 지역의 특정 장소와 사람에게 밀착시켜 작가 고유의 내부적 경험과 미시적 시각을 만들어 낸다. 빈 장소나 버려진 사물들, 사라지거나 없어진 존재들과 이야기 나누고 그것들이 견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듬어 몸으로 수신하고자 했던 일련의 행위들은 통속화 되거나 은폐된 이야기를 현재의 시간으로 불러들임으로써 사건화 하고, 휘발된 이야기들의 본질을 다시 현세화하여 조망하고자 하는 의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작품 활동들은 “역사와 개인의 상처를 화해하고 해소하려는 ‘임상역사’적 성격이 있다”라는 평과 함께 작가는 역사에서 사라지는 소외된 죽음들을 위령하고 ‘보통의 삶’을 동시대로 불러 세우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현재 평화문화진지 레지던시 2기 작가로 입주해 있으며, 감정이입empathy 혹은 들어가 느끼기Einfuehlung와 같은 ‘공감’과 관계한 것들을 글쓰기와 움직임을 통해 구체화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