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시간을 곁에 두기 위해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는 행위는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복원하고 끊임없이 재연하며 기념하는 행위와 흡사하다. 그것은 기념사진을 찍기 전-플래쉬가 터지고 셔터가 눌리기 바로 직전의 작은 긴장의 순간-과 사진을 찍고 난 후에 벌어지는 소란스러운 행위 사이의 숨어있는-동작은 멈춰지고 소음은 멀어지는-일종의 일시정지 상태인 것이다. 그 시점으로부터 멀어지는 순간부터 사건은 왜곡과 잘못된 신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 김세진은 주요 작품 <기념사진>(2002)을 통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순간 외에도 전후의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기록하는 행위의 순간성과 기록이나 남겨진 이야기들이 만들어내는 왜곡과 환상을 말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