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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안티성폭력 페스티벌 - 포르나 씨어터 기획(05.06.18)

기획
포르나 씨어터, 기획 참여: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기간
2005.06.18.
장소
미디어 극장 아이공
주최/후원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어렸을 적 나 살던 원서동 골목엔 초가집이 몇 채 남아 있었고, 왕조의 몰락을 지켜보던 키 큰 나무 가지들은 궁궐 담 너머로 아이들 소꿉놀이를 훔쳐보았다. 밤이면 이따금 귀신 소리도 들렸으나 그게 실은 키 큰 나무에 붙은 귀신이 아니라 어느 여자 흐느낌이라 했다. 나물 캐러 갔다 그렇게 됐다고 언니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소곤댔으나, 침묵의 옷을 입은 그 말들의 내막은 알 길이 없었다. 귀신 소릴 내는 여자라면 아무리 곱게 치장해도,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에겐 그저 고목에 깃들여 산다는 귀신과 마찬가지 존재였다. 세월이 잔뜩 흐른 후에야 귓속 토막말에 묻어있던 ‘정신대’, ‘겁탈’ 같은 낱말이 불현듯 되살아났다. 뜻을 몰라 건너뛰었던 울림들이 역사의 그림자를 일렁이게 하자 지루한 침묵의 패턴 또한 교활한 자태를 드러내고, 가위에 짓눌린 가슴 아래 꿀꺽 삼켜버렸던 두려움, 그 압박감을 뱉어내며 우리 혀는 자꾸 길어져 우물 속에 가둬둔 흉한 소문까지 길어 올렸다.

밀양 is everywhere.
2004년 이른바 밀양 사건과 같은 시기 똑같은 일이 익산에도 있었지만, 여러 달 넘게 쉬쉬하며 은폐되었다. “집단 성폭행 소문이 돌아 가해학생들을 불러 확인한 후 ‘은폐’한 건 사실이지만, 피해학생은 그 사실을 확인하기 전에 전학 조처했다”고 담당 교사는 주장한다. 피해여학생이 성폭행 후유증으로 방황하다 가출해 모 대학생과 여행 갔으니, 이를 이유로 학교 측은 해당 여학생을 타 지역 학교로 전학토록 조처했다는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해법으로 사태를 수습하라고 음험한 침묵은 주문하는 모양이다. 성폭력은 밀양에서만 ‘터지는’ 사건이 결코 아니다. 식민지 여자들에게만 아니라 해방된 조국에서도, 유비쿼터스 혁명으로 모든 정보가 이어지는 유토피아가 다가왔다고 떠벌이는 21세기 대한민국 시민사회에도 악순환은 꾸준히 답습된다. 아니 동시상영으로 같은 사건이 벌어져도, 일상에 불과한 ‘개인의 일’로 쉬쉬 침묵하는 한 악마의 고리는 계속 제 길을 따라 돌게 마련이다. 하지만 빛이 들어오면 어둠이 물러나듯, 좀더 크고 분명한 소리로 떠들다 보면 침묵은 더 이상 버틸 자리가 없다. 큰 소리로 자꾸 떠드는 그 자리에 악순환을 멈춰 세울 수 있을 것이며, 악마의 목덜미는 우리 손아귀에 잡힐 것이다.


포르노? 포르나 ! 세상 밖으로 크게 나가라~

 우린 그래서 크게 떠들고 놀 작정이다. 쉬쉬~ 소리로 우리 귀를 먹게 하고 우리 눈을 멀게 하는 침묵에 맞서 진짜 큰 소리로 노래하고 춤출 것이다. 우리의 분노와 혐오에 대해, 우리의 꿈과 쾌락에 대해 말할 것이다.
 마침 2005년 6월 세계여성학대회가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우리의 축제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와 피부빛깔을 대표하는 3천 명 가까운 여성들이 이프 본부가 있는 신촌을 향해 집결하는 이 행사를 더욱 빛내는 한편, 동상이몽의 포르노가 아니라 이상동몽인 ‘포르나’를 선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동서 고금 여태까지의 포르노가 대개 남성만의 환상, 남성 전용의 동화였음을 깨닫게 하는 노골적인 사례를 통해 기존 포르노가 얼마나 지독한 ‘남근의 고독’인지를 보여줄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가 쓰는 포르나, 곧 전복적인 포르노란 성행위의 단편이 아닌 ‘이야기’임을, 굴복과 권력의 이분법이 절대로 필요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온 세상에 크게 알릴 것이다.
 여성이 쓰는 포르나는 우리의 진정한 여성성의 발견이자, 동시에 우리의 파트너인 남성들을 ‘자기만의 고독’에서 해방시켜 줄 그런 것이 될 것이다.


포르나 씨어터
기획참여: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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